2009.10.08 23:25

[NLDS 1차전] 완패

양 팀 모두 무수한 잔루를 남기고 5-3으로 패배했기에 얼핏 보기엔 박빙의 승부처럼 보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완패였다. 다저스는 약점이라고 평가받던 것이 그대로 약점으로 드러난 것이지만, 카디널스는 그들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 수 있는 최대의 강점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1. 카펜터가 5회를 100개 이상의 공으로 끝내는 것을 본 적이 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 매 이닝마다 베이스를 채우고 고전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구위는 나쁘지 않았지만 스트라익과 볼의 차이가 너무도 확연했고 많은 공이 가운데로 몰리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3점으로 막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오늘의 카펜터는 최악이었다. 카펜터라고 매일 잘 던질 수야 없겠지만 그 시점이 포스트시즌이라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이래서는 3일 휴식 후 4차전 조기 투입의 전략을 쉽사리 쓸 수 없을 것이다. 오늘 로쉬와 스몰츠가 등판하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까?

2. 불펜은 딱 예상하던 것만큼을 보여주었기에 딱히 불만은 없다. 밀러 혹스워스는 준수했고, 매클레런은 여전히 꾸역꾸역했으며, 박스와 레예스는 불안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다저스 불펜과의 비교다. 벨리사리오-궈-브록스턴의 젊은 구원투수들이 주구장창 파이어볼을 던져대던데, 그냥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어쩜 그리 시원시원하게 잘들 던지던지, 다저 불펜을 제대로 본 건 오늘이 처음이었는데, 역시 리그 최강이라 할 만 했다. 그런 점에서 6회의 위기 상황에서 불펜에서 유일하게 삼진을 잡을 수 있는 선수인 맛뜨(-_-)를 내보냈으면 어땠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남은 시리즈에서도 맛뜨의 등판 시점은 불펜 운용의 키가 아닐까 싶다. 더불어서 이제는 잡을 수 없는 이름인 페레즈와 타드(특히 페레즈)가 아쉬워지기도 했고...ㅠ

3. 이러나 저러나 타자들이 잉여. 생각해보면 경기를 완전히 말아먹은 타자를 찾기는 힘들지만, 잔루 14개는 용서될 수준이 아니다. 1, 4회의 두 번의 만루 기회를 놓친 것이 안타까운데, 공교롭게도 어제 언급한 러드윅에게 기회가 돌아왔다. 거기서 2점 정도만 뽑았다면 좋았을텐데. 아니, 그 전에 그렇게 방망이를 잘 휘두르던 할러데이가 왜 1회에 루킹 삼진을 당했을까? 1회에 3점 정도를 뽑고 울프를 좀 더 일찍 끌어내렸다면 경기가 좀 더 쉬워졌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좌투수 상대로 구멍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슈마커와 래스머스가 공을 잘 보고 잘 쳤다는 것이다. 슈마커의 활약은 놀라웠고, 래스머스도 만족스러웠다. 뎁스가 약한 상황에서 두 선수의 활약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4. 역시 다저스가 괜히 리그 1위가 아니다. 다저스 타선은 끝까지 공을 보면서 카디널스 투수들을 괴롭혔다(반면에 카디널스 타자들은 전부 다 초구에 방망이를 휘두르기에 바빴고...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Hal McRae의 철학 -_-). 푸홀스처럼 타선 전체를 지탱할 타자는 없어도 모두 평균 이상의 선구안과 적당한 파워를 갖춘 타선은 무서웠다. 특히 퍼칼을 오늘처럼 날뛰게 내버려둔다면 시리즈 내내 고전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오늘 터지지 않은 매니가 만약 터진다면...음 -_- 피에르와 토미를 보유한 벤치의 뎁스도 카디널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라루사가 1차전 게임 시작 전에 '다저스가 우리보다 모든 면에서 좀 더 sharp하다'는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어려운 시리즈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그걸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고 우리의 강점이 무너지는 모습을 봤기에 더욱 씁쓸한 경기였다. 이젠 모든 무게가 웨인롸잇의 어깨에 달려 있다. 내일 경기를 반드시 승리해서 홈으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Trackback 1 Comment 4
  1. FreeRedbird 2009.10.09 00:3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역시 저와 비슷한 관점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Hal McRae는 정말이지 해고 대상 1순위 입니다. Cards 타자들은 quality at-bat이라는 개념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aggressive한 것 이외에 도무지 특징이 없으니...

    • drlecter 2009.10.09 00:55 신고 address edit & del

      더욱 미스테리한 건 '볼넷을 절대 내주지 말아라'는 던컨과 '절대로 볼넷을 고르지 마라'는 맥레이가 한 팀에 있다는 사실이죠 -_-;

  2. 태욱 2009.10.09 18:28 address edit & del reply

    어쩌냐..

    • drlecter 2009.10.10 10:14 신고 address edit & del

      뭘 어쩌겠어. 그냥 마음 비우고 봐야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