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Bookcase'에 해당되는 글 15건

  1. 2008.11.28 88만원 세대 (2)
  2. 2008.08.03 국방부 권장도서
  3. 2008.07.14 Harry Potter
  4. 2008.04.20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
  5. 2007.11.18 미국 헌법과 인권의 역사
  6. 2007.10.21 Moneyball - 머니볼
  7. 2007.07.02 구라삼국지
  8. 2007.06.08 러프
  9. 2007.03.09 로마인 이야기 15 - 로마 시대의 종언
  10. 2007.03.07 칠드런
2008. 11. 28. 23:32

88만원 세대

지난 5~6월 촛불이 시청 앞 광장과 청계천을 가득 메웠을 때, 10대와 20대의 세대 차이가 화제가 된 바 있었다. 주체적으로 현실에 참여하는 10대에 비해서 20대는 왜 그렇게 무기력한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20대 자신의 자조적인 목소리와 사회의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20대의 50% 이상이 대통령 선거에서 광우병 파동을 주도한 현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것도 20대에게는 큰 약점이었다. 시위의 주제가 광우병 문제에서 각종 사회문제로 넘어가는 시점부터는 많은 20대가 시위에 참여하기 시작했지만, 세간의 주목을 받기에는 어려웠다.

           굳이 촛불시위가 아니더라도 사회가 20대를 바라보는 시선 또는 20대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우울하기 이를 데 없다. 현재의 20대를 보면서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단어들이 무엇이 있을까? 취업, 어학연수, 휴학, 공무원시험, 비정규직 등이 아닐까? 예전과 달리 21세기의 20대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학점과 취업, 영어에 매달리며 열심히 노력한다. 대학을 정상적으로 4년 만에 졸업하는 사람이 거의 없으며, 어학연수는 대학생이라면 이제는 거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여 취업에 성공해도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으며, 덕분에 공무원시험은 시험을 치를 때마다 KTX 특별편이 편성될 정도로 인기이다. 이런데도 사회는 20대를 두고 철저하게 이해타산적이다, 뜨거운 가슴이 없다, 무기력하다는 비판을 멈추지 않는다.

대체 지금 한국의 20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문제는 과연 20대 구성원 개개인의 문제인 것인가, 아니면 사회구조적인 문제인 것인가?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은 한국 사회의 20대가 처한 상황이 한국 사회의 특수성 및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한다.

 

경제학자인 저자 우석훈은 ‘88만원 세대에서 현재 한국 사회의 상황과 문제점, 그에 대한 대안을 철저하게 경제학적인 프레임으로 분석한다. 그런 저자가 20대의 상황을 경제적으로 분석하면서 핵심적인 키워드로 내세우는 것은 승자독식세대 간 경쟁이다. IMF 이후로 신자유주의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인 한국 사회에서는 경제의 모든 측면에서 독과점화가 강화되었으며(, Walras의 일반균형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 되었으며),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은 개인 또는 기업만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승자독식 게임이 우리 사회의 규칙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특히 20대에게는 승자독식의 규칙이 세대 내 경쟁을 넘어서 세대 간 경쟁의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생태경제학의 관점에서 볼 때 전()세대가 후()세대가 사용해야 할 자원을 가로채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세대 간 경쟁이 이루어지는 경우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3, 40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20대에게는 현 상태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는 것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단순히 경제학적인 시각으로 설명하고 있음에도 현재의 20대의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이 우선 놀랍다. 경제학이 넓은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학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지난 10년 간의 경제적 환경의 변화가 현재의 상황을 규정하는 데에서 나아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만큼 충격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IMF는 단순하게 구제금융을 갚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세대 간 경쟁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자. 저자는 20대의 아버지 세대인 유신 세대’, 그보다 조금 늦은 ‘386 세대’, 그리고 386세대와 현재의 20대 사이에 끼인 ‘X세대와 지금의 20대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어떠한 세대 간 경쟁에서도 20대는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20대는 그 어떠한 세대에 대해서도 비교우위 내지는 기득권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386세대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가진 세대이며, 바로 윗 세대인 X세대마저 IMF의 끝물을 타고 주류경제에 편입되었다. 세대 간 경쟁이 무서운 것은 경쟁을 통해 줄어든 20대의 몫을 가지고 20대 내부에서 다시 세대 내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세대 내 경쟁에서도 승자독식의 규칙은 계속 적용이 될 것이고, 거기에서마저 패한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는 사회 안전망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세대의 구성원 일부(또는 대다수)를 잃게 된 88만원 세대는 다시 세대 간 경쟁에서 패하게 된다. 끝없는, 그리고 종국에는 모두가 파멸하는 악순환에 접어드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해결방법 역시 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데, 교육 문제에서의 해법, 노동시장(특히 알바 문제)에서의 해법, 환경문제에서의 해법 등을 강구한다. 그 중 흥미를 가지고 읽었던 부분은 인질 경제’, 즉 교육 문제의 부분이다. ‘인질 경제란 실체가 보이지 않는 교육이라는 괴물에 현재 10대의 아이들을 인질로 빼앗기고, 아이들을 다시 돌려받기 위하여 중고등학교의 6년이란 기간 동안 몸값을 지불하는 경제를 말한다. 몸값은 기본적인 사교육비부터 시작해서 폭등한 부동산 가격까지 교육과 관련된 비용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는데, 한국 교육의 문제를 이처럼 잘 표현한 말은 없다고 생각한다. 가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생각하면서 교육 문제와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면 전체 문제의 90% 이상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저자도 2000년대 이후 문제점의 많은 부분이 교육 문제에 근거하고 있다고 하고 있다. 교육 문제가 특히 중요한 것은 현재의 20대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10, 나아가 미래에 계속 이어질 10대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 문제는 그 어떤 문제보다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저자는 해결방법으로서 단계적인 사교육의 제한, 그리고 대학서열화 구조의 정상화를 말하고 있다. 특히 사교육 제한이라는 대안은 최근 부쩍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인데, 이는 현재의 사교육 구조는 학원강사를 제외한 모든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아무런 효용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심각한 불황으로 수입이 줄어들고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마당에서도 학원비는 전혀 줄이지 않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가끔은 과외를 금지시켰던 전두환의 정책이 극단적이기는 해도 적어도 이 나라에서는 옳은 방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로 대학입시에 관련된 과목의 사교육을 제한적으로 금지하거나, 사교육 시스템을 아예 공교육 내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강구해 볼 수 있을 것이고, 아니면 대학입시를 사교육과 무관하게 만드는 방안이 강구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사교육은 살아남는다는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어떤 대안이 적합할지는 알기가 쉽지 않다.

어쨌든 저자는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면서 궁극적으로는 현재의 20대가 다양성과 안정성을 갖춘 이른바 다안성(diverstability)’ 1세대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저자가 경제학의 틀을 잠시 놓는다. 그것은 바로 다안성의 사회를 위해서 사회 구성원 전체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학의 관점에서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저자의 의도와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오히려 경제학 밖에서 해답을 찾음으로써 조금 더 바람직한 대안을 찾게 되고, 이론경제학이 가지고 있는 차가움을 극복하고 따뜻한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책을 좀 더 풍성하게 한다. 이 책의 놀라움은 이런 유연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88만원 세대의 연대를 강조한다. 세대 간 경쟁은 그에 맞서 싸우는 방식이 아니면 그에 먹혀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책 표지에도 적혀 있듯이 ‘TOEFL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라는 것이다. 물론 아무 것도 없는 맨손의 상황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외부에서 바리케이드를 무너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고, 바리케이드 설치를 두고 내부에서 다툴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지금,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나 혼자만이 잘 사는 것이 아니라, 88만원 세대가 최소한 188만원 세대가 되기 위해서, 나아가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결국 20대 스스로의 자각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러고 보면 지금의 20대는 가혹한 현재와 함께 미래에 대한 부담도 지고 있는, 참으로 불쌍한 세대이다.

 

이 책이 발간되고 얼마 되지 않아 그 동안 별다른 이름 없이 지내던 20대가 ‘88만원 세대로 규정되기 시작했다. 멋없는 연두색 표지에 도대체 흥미를 끌 것 같지 않은 제목, 게다가 경제학 관련 서적. 도대체 팔릴 것 같지 않은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한 세대를 규정지은 그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이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만큼 많은 20대가 현재의 상황에 관심이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이 책을 집은 계기가 현 상황에 대한 분노나 자조에 의한 것이던지, 아니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기 위한 냉철한 이성에 의한 것이던지 간에 현재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88만원 세대의 구성원이 이 책을 읽고 문제점을 공유하며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모두 같이 한 발짝 앞으로 내딛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아직 희망은 있다고 생각하며, 불씨를 당긴 ‘88만원 세대란 책은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높게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희망과는 달리, 오늘도 비정규직에 관한 뉴스 하나가 모니터 화면 한 구석을 채우고 있었다. 정부가 이른바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인데, 이는 현재의 정규직으로의 자동전환기간 2년을 4년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세상은 늘 이런 식이다. 한 발짝 앞으로 나아서면 거기에 대응해서 더 큰 장애물을 만들곤 한다. 우리 모두 희망을 잃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자. 결국 미래는 우리의 것이다.


학교 숙제를 그대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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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각모음 2008.12.09 23:34 address edit & del reply

    취업을 안 하면 백수라 불안하고, 설령 했더라도 비정규직의 공포에 떨어야 하는 우리 세대의 탈출구는 과연 어디일지...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고 지금의 체제를 뒤엎는 도전을 누군가 해주기를 원하면서도 나도 내 주위의 다른 또래들과 다름없는 세대 내 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슬플뿐..;;

    • drlecter 2008.12.09 00:38 신고 address edit & del

      내가 보기엔 별로 희망이 없음 -_-

2008. 8. 3. 08:14

국방부 권장도서

http://www.aladdin.co.kr/events/wevent_book_m.aspx?pn=080731_mnd

 

우리나라 국방부는 국민에게 책을 읽게 하기 위해서 안달난 착한 국방부ㅎㅎ;

저 중에서 읽은 책이라곤 나쁜 사마리아인들 밖에 없는데, 앞으로 책 살일이 좀 많게 생겼다.

'왜 80은 20에게 지배당하는가' '정복은 계속된다' 등은 제목만 봐도 매력적인 책이다.

 

에휴 이 ㅄ들. 이젠 뭐 말도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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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7. 14. 07:32

Harry Potter

결국 이렇게 끝이 나고는 말았지만, 어딘가 찝찝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만큼 내용은 흥미롭다. 전체를 관통하는 해리와 볼드모트 사이의 관계가 낱낱히 까발려지고, 스네이프의 사랑은 위대한 것이었으며, 덤블도어의 숨겨진 비밀 또한 흥미로운 것이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죽음의 성물도 빼놓을 수는 없겠지.

 

근데 시리즈를 마무리 짓는 부분에서 굳이 새로운 개념을 등장시켰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소설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6부에서 덤블도어를 죽임으로 해서 갈등을 최고조로 만들어 놓았다면, 마지막 부분에서는 지금까지의 갈등이 하나씩 해결되면서 자연스레 끝을 봐야하는 것이 맞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무작정 호크룩스만 찾아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기는 하나, 딱총나무 지팡이, 그린델왈드 모두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결국, '불의 잔'을 뛰어넘는 시리즈는 결국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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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4. 20. 07:42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

1. 일단 주인공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1년 동안 물건 살 때마다 라벨 확인하여 제조국 확인하는 것이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었을텐데, 어쨌든 주인공은 그걸 1년 동안 해냈다. 나라면 못한다.

 

2.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의 이중성이랄까, 보이콧이 진행되면서 그가 보여준 태도였다. 보이콧 초반에는 그의 주위의 사람들이 보이콧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대해서 무척 신경쓰인다는 태도를 보인다. 그는 자신의 작은 행동으로 인해서 주위의 많은 사람들의 행동이 영향받기를 원치 않았다. 하지만 보이콧이 진행될수록 가족, 친구들에게 두 가지 방식으로 도움을 요청한다. 한쪽으로는 원래 보이콧의 의도대로 자신이 중국 제품을 원치 않는다고 알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꼭 필요한 아이들의 장난감 같은 것에 대해서 선물의 형식으로 중국 제품이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용인한 것이다. 글쎄, 꽤 귀여웠다.ㅎㅎ

 

3. 하지만 그는 그의 보이콧을 남들 앞에 자신 있게 알리지 못한다. 1년간 중국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결심하고 행동하는 일은 누가 보아도 대단한 일인데, 그것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느낌이다. 보이콧이 중국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 같은 것들과 결부되는 것을 원치 않았거나, 아니면 실제로 자신이 대단한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그런 주인공의 태도는 좀 아쉬웠다.

 

4. 그런 면에서 매력적인 인물을 남편 케빈이다. 항상 당당하게, 즐겁게, 때로는 유치하게 보이콧을 수행해 나가면서 소비자로서 한단계 성장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남편 케빈이다.

 

5.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 수는 없다. 중국 물가가 점점 비싸지고 그에 따라 임금도 비싸진다고는 하지만 십여 년에 걸쳐서 투자된 공장이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옮겨 가지는 않으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책의 결론대로 좀 더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물건을 사기 전에 원산지에 대한 고민을 하던 품질이나 용도에 대한 고민을 하던 한번 더 생각하고 소비를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지금과 같은 소비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결론은 뜬금없지만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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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1. 18. 07:55

미국 헌법과 인권의 역사

대통령 후보로 나오시는 분이 탈법을 수시로 저지르는 상황에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법치주의 사회이 모습과 인권을 지키려는 미 연방대법원의 모습은 지켜볼만 하다.

 

연방대법원이라고 항상 옳은 판결을 내렸던 것은 아니다.

대공황 있기 전에는 철저하게 기업가의 편을 들어주면서 노동자 인권 신장을 방해하였고,

70년대 전까지 흑인 관련 판결은 100여년 전 노예해방선언을 무색케 하는 판결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할 때에는 언제나 올바른 방향으로 판결을 내림으로써,

인권이 보호받는 사회가 되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책을 읽는 내내, 미국 헌법의 전가의 보도 수정헌법 1조가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언제 어디서나 완벽하게 보장받는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

공산당을 지지해도, 성조기를 불태워도 그 사상과 표현 자체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부럽다.

 

결국은 그게 미국 사회의 힘이 아닌가 싶다.

다른 생각을 배척하고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하고 이해하면서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해 가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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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0. 21. 08:41

Moneyball - 머니볼

항상 선수들의 기록을 살펴보면서 두 가지 마음이 충돌한다.

확실히 나는 툴가이를 좋아한다. 잘 치고, 잘 달리고, 잘 잡는, 그런 만능선수.

반면에 젤 싫어하는 선수들은 소위 출루 기술로 무장하고 수비 못하는 몸집 커다란 선수들이다.

즉, 나는 빌리 빈이 전형적으로 좋아하는 선수들을 싫어하는 것이다.

 

그런데, 스탯을 볼 때 항상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되는 것은 타율이 아닌 출루율과 OPS이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세이버메트릭스에 관한 여러 가지 글을 읽고 난 후부터인가?

어쨌든 그래서 잘 치고 달리고 잡는 선수라도 출루율 낮은 선수는 언제부턴가 용납이 되지 않는다.

 

이게 빌리 빈의 위대한 점이다.

단순히 사기 같은 트레이드 몇 건 해서 명단장이 아니라,

전세계 수천만 야구팬들에게 새로운 관념을 심어주었다는 것.

내가 세이버메트릭스를 좋아하게 된 것은 남들보다 숫자를 좀더 좋아해서였을 테지만,

나 같은 일개 야구팬이 출루율, OPS, Win Share, DIPS 등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빌리 빈의 공이다.

 

다만 정말 합리적으로 보이는 빌리 빈 식 구단 운영을 가슴으로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감독을 자기가 조종하는 마리오네트로 아는 등 구단 운영에 전권을 행사하는 빌리 빈.

책을 읽는 내내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가슴으로는 '빌리빈 개색히'를 외치고 있었다 -_-

 

고전적인 개념의 야구와 세이버메트릭스는 앞으로도 계속 충돌할 것이다.

30개 구단 단장 사이에서의 충돌도 있을 수 있고, 내 머릿속에서의 충돌도 있을 것이다.

다만, 두가지 틀 모두 야구를 좀더 잘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나온 산물이며,

어느 한쪽을 고집하기보다는 양쪽을 골고루 이해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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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7. 2. 08:24

구라삼국지

과연 현재 20대 중반의 남자치고 삼국지 때문에 밤을 새워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나만 해도 코에이 삼국지 2,3, 그리고 내 평생의 최고 게임 영걸전,

소설로는 이문열, 박종화, 만화로 전략삼국지, 용량전, 창천항로, 최근의 삼국전투기까지 -_-

또 중학교 때 진짜 빠져 있을 때에는 삼국지 대연구인가 그런 책 사서,

소설 속에 나와 있지 않은 사소한 얘기에도 관심을 가졌었더랬는데,

 

1년에 교보문고에서 책을 가장 많이 산다는 전유성씨가, 삼국지를 자기 맘대로 구라로 풀어보겠단다.

재담꾼 전유성의 머릿 속의 수많은 잡지식이 과연 삼국지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나름대로 만족하는 수준" 되겠다. 즉, 완벽히 만족하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확실히 평소에 보던 삼국지와는 확 다르다.

중간중간에 자신의 경험을 삼국지와 일체화시켜 생생하게 그려내기도 하고,

구라삼국지라는 제목과는 안 어울리게 심리학자의 말을 빌어 인물의 심리를 분석하기도 한다.

문장 자체도 어렵지 않고 구어식이라 술술 잘 읽힌다.

오랜만에 읽는 삼국지라서 감회도 새롭다. 그것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하다.

 

그런데,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나는 '삼국지'에 '구라'가 추가되기를 바랬다. 이 책은 '구라'에 '삼국지'가 추가된 격이다.

이야기의 중심이 될 삼국지가 삼국지연의와 비슷하게 전개되다 보니,

삼국지 스토리 쪽은 대충 읽다가 구라만 자세히 읽어 웃어 넘기고, 뭐 이런 식이 되더란 말이다.

 

그런 면에서, 서술 방식이 삼국지연의와 같은 흐름으로 서술된 게 아쉽다.

1권 마지막이 초선이 무대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10권 짜리 삼국지의 1권 페이스인데,

10권은 너무 길다 이거다.

과감히 자를 부분은 자르고, 집중해야 할 부분해서 과감하게 생각을 비틀어서,

보다가 무릎을 탁 칠 만큼 날카롭고 통렬한 시각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그런 면에서 전투에 집중하고 온갖 패러디를 다 짜깁기한 최훈 작가의 삼국전투기 쪽이 더 낫다.

 

내 기대치가 너무 큰 건가? 근데 전유성씨라면 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아무래도 2권에서 전유성씨를 다시 한번 만나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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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6. 8. 07:44

러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만화가 무엇보다도 공감이 가는 건
나를 말하는 거 같은 위의 컷 때문인가.
 
"뭘 해도 적당히, 크게 다치지도 크게 못하지도 않지.
눈을 떼고 있어도 안심할 수 있는...수고를 안 끼치는"
 
지금 성격으로 보아선 이 성격 그대로 주욱 살 거 같고,
적어도 케이스케의 아버지처럼 될 거 같지는 않지만,
역시 젊었을 때에는 뭔가 한번 지르고 객기라도 부려야 하는 건가.
 
어쨌든 간에, 정말정말 공감가는 야마토 케이스케의 성격.
주위에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니노미야 아미의 캐릭터.
아다치 미츠루의 특유의 두리뭉실함과 여백.
 
그리고 일종의 문화적 충격까지 안겨준 최고의 엔딩.
 
당분간 왠만한 만화는 쉽게 눈에 안 들어올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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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3. 9. 05:09

로마인 이야기 15 - 로마 시대의 종언

15년에 걸친 대장정이 드디어 끝났다.

책의 내용이야 어찌 되었건, 70넘은 할머니가 15년간 꼬박꼬박 정열적으로 책을 낸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시오노 할머니의 열정에 일단 추천 한방.

 

이 책을 첨 만난게 97년도이던가.

학교 서클에서 뭐 조사할 게 있어서 역사도서 코너 한참 뒤지고 있는데,

5권 율리우스 카이사르까지 나온 이 시리즈가 보였던 거다.

어떤 계기로 이 책을 집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5권을 한달음에 읽었던 것만이 기억날 뿐...(더불어 신의 대리인까지;)

 

그 후론 매년 연말에 책 사는게 연례행사가 되었고, 군대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내 입맛에 맞는 로마인 특유의 실용적이며 구체적인 세계관,

시오노 할머니의 '이랬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역사적 상상력,

또한 책을 술술 넘어가게 하는 문체와 깔끔한 번역.

 

최강의 3박자 -_- 나는 이 책을 좋아할 수 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로마인 이야기는 그렇게 좋게만 바라볼 수는 없는 책이라고 한다.

마냥 좋게만 바라보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일견 타당한 말들이다.

확실히 이 할머니는 여자답지 않게 마초적이며 문(文)보단 무(武)를 좋아하고,

철저히 지배자인 로마적 관점에서 책을 쓰긴 썼다. 일본이 생각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하지만, 시오노 할머니가 마지막에도 말했듯이,

"정치사의 통념 따위는 무시하고, 일반 사람들에게 선정이었느냐 악정이었느냐만 문제 삼으면 되지 않을까"

 

이게 중요한 게 아닐까.

2000년 전의 로마 제국의 속주였던 갈리아는 군대가 없었어도 카이사르에게 반기를 들지 않았다. 자신들이 만족하면, 그걸로 된 것이 아닐까.

 

어쨌든 간에, 로마인 이야기는 그 어느 책보다도 나에게 잘 맞는 책이다.

지루하지 않은 역사서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로마에 대한 관심을 일깨웠고,

이 책 말고도 다른 책을 통해서 로마를 더 알고 싶다는 느낌을 갖게 해준 책이다.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 로마인 이야기가 나에게 준 것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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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3. 7. 07:21

칠드런

읽은 지가 2개월은 된거 같군 -_- 어쨌던 간에 느즈막히...;;

 

사신 치바에 이어서 2번째로 읽은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이다.

치바와 마찬가지로 만화적 감성과 상상력으로 똘똘 뭉친 책.

아...칠드런이 먼저 나왔으니, 치바가 뒤를 따랐다고 해야 하나.

 

진나이는 무대뽀다.

조사관으로 일하면서, 문제 있는 아이에게 엉뚱한 책을 건네주질 않나,

불량배들에게 둘러쌓여 있는 힘없는 아이를 때려서 사건을 무마시키지 않나,

도무지 조사관과는 어울릴 거 같지 않은 사람.

 

근데, 그게 먹힌다.

주위에 있는 사람은 황당하고, 진나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의 엉뚱함이 세상을 어떻게든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이 무척이나 재밌다.

말도 되지 않는 방법으로 주위를 변화시키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좋게 만든다는 것.

'세상의 중심에는 진나이가 있다'

 

근데, 막상 다 읽고 보면 뭔가 허탈하다.

진나이의 방법이 보편적이지 못한 방법이라서 그런 것일까?

엉뚱한 상상력의 힘을 인정하면서도 어떻게 현실에서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역시나 나의 상상력 내지는 창조력이 부족하기 때문인 걸까.

 

그런 와중에 관심을 끄는 인물은 시각장애인 나가세였다.

눈이 보이지는 않지만, 눈 외의 4감과 총명한 머리를 이용해서

어렵지 않게 세상을 살아가는 나가세.(어렵지 않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자신이 일반인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그래서 오히려 일반인들이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나가세.

 

이런 멋진 캐릭터를 발견한 것이 이 책을 읽은 최대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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