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2. 2. 08:43

하토의 추억

메이저리그의 마니아들은 보는 즐거움만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스스로 팀을 구성하고 매번 로스터(엔트리)를 바꿔 가며 1년 동안 실전과 다름없는 시즌을 치른다. 구단주 감독이 따로 없다. "플로리다 말린스의 감독이 나보다 나을쏘냐." 마니아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지난 2002년 1월 PC 게임인 하이히트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동호회로 출발, 현재 회원수만 5만명으로 성장한 하이히트 토털 카페(cafe.daum.net/high2003). 메이저리그 포털사이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이 카페에서 마니아들은 자신이 꾸린 팀을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 만들기 위해 식음을 전폐한다.

물론 가상공간의 게임이지만 실제 상황과 똑같이 만든 팀을 관리하며 정규 시즌과 동일한 일정으로 162경기를 소화한다. 게임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보면 마니아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알 수 있다.

선수 한 명에 대한 필수정보만 해도 50여 가지. 25명의 로스터를 구성하려면 선수 정보만 수정하는 데도 꼬박 이틀이 걸린다. 장타력, 정확도, 좌완 우완 상대 타율, 타구 방향 분석, 수비 범위, 구질 등은 물론 타격 폼, 얼굴 생김새, 스타킹을 내려 신느냐 올려 신느냐, 배트 색깔과 글러브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실제와 똑같이 수정한다.

트레이드나 부상 등으로 선수 구성이 바뀌게 되면 이를 반영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게임을 하다 보면 메이저리그 정보에 빠삭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 바뀐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모조리 섭렵하다 보면 준전문가급의 내공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오랜 동안 내공을 쌓은 고수들이 시즌 전과 올스타 휴식기에 30개 구단 전체의 로스터를 수정해서 올린 정보는 게이머들에게 금과옥조. 고수들은 메이저리그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다. 정확한 데이터로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현지의 뉴스와 정보를 스크랩하는 것이 필수. 카페에는 미국 현지에 나가 있는 회원을 비롯, 다양한 회원들이 지역 신문과 주간 전문지까지 샅샅이 뒤져 올리는 따끈 따끈한 뉴스로 가득하다.

메이저리그의 정보에 목말라 하는 이들을 위해 이들은 신문에서 팬포럼(미국 네티즌들의 의견이 올라오는 게시판)까지 섭렵해 정보를 올린다. 농반 진반으로 "아예 회원들이 메이저리그 전문지를 하나 발행하는 것이 어떠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 이들은 메이저리그를 직접 취재하는 기자들도 우습게 여긴다.

뉴욕 메츠 마니아인 조민호 씨(30)는 "162개 경기를 한다고 생각해 봐라. 통계를 바탕으로 머리를 써야 하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야구만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마니아가 달리 마니아랴. 양키스 팬 진종현 씨(28)는 1년간 162경기 풀시즌을 5번 치른 적도 있다고 한다.

현실과 가장 유사한 데이터지만 결과는 판이하게 나온다. 챔피언 시리즈에도 오르지 못한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끄는 대리 만족, 돈트렐 윌리스나 에스테반 로아이자 같은 진흙 속의 진주를 발굴해 슈퍼스타로 발돋움시키는 희열은 진짜 감독의 기쁨보다 크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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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랬던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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