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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22 괴물, 김기덕
2006.08.22 07:14

괴물, 김기덕

우리나라 인구의 20%가 본 영화를 난 아직도 안 봤다. 안 봤다기보다는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못 봤다는 표현이 더 맞는 거 같다 -_- 다음 주에는 혼자라도 보러나 갈까 생각중이다.

 

근데 최근 괴물의 기록적인 흥행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들, 거기에 제대로 불을 붙인 김기덕 감독의 한마디, 그리고 오늘의 어처구니 없는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까지...무슨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다.

 

개봉날 스크린 620개 잡은 건 잘못이라고 치자. 괴물의 배급사가 어딘지는 모르겠으나(시네마서비스? CJ? 쇼박스?) 620개 정도 스크린 잡은 거면 거의 독점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래도 천만 관객을 그렇게 빠른 시간에 불러모을 수 있는 건 순전히 영화의 힘이다. 괴물의 마케팅? 별거 없었다. 그냥 차츰차츰 영화에 대한 기대를 불러모았을 뿐. 살인의 추억에 매료되어서 봉준호 감독의 팬이 된 많은 사람들이 괴물이 보여줄 CG가 궁금해서 영화 보러간게 바로 천만명이다.

 

도대체 천만 관객의 눈을 왜 무시하는데? 요즘 관객들이 영화 재미없으면 볼꺼 같아? 관객들이 얼마나 똑똑한데...투사부일체나 가문의 위기가 500만 관객 동원한거? 다 그때그때 따라 다른 거다. 삶에 찌들어서 좀 웃고 싶다는데, 왜 그걸 가지고 관객의 수준이 어떻네 하는지 모르겠다. 괴물이 10년 후에 개봉하면 쪽박찰지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기덕 감독...이 아자씨 영화는 딱 2개 봤다. 사실 내가 2개 본 것만 해도 무척 장하다고 생각된다; 해안선과 나쁜 남자를 볼 때의 그 불쾌한 감정을 생각한다면...해안선은 군대 갈 날을 얼마 남기지 않은 친구와 보러 갔었는데 그 친구는 보고 나오면서 한숨을 푸욱 쉬면서 담배부터 꺼내 물었었지...-_-;;

 

근데 뭐? '한국 영화의 수준과 한국 관객의 수준이 최고점에서 만났다. 이는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하다'? 영화 찍으시면서 어떻게 하면 수준 높게 비아냥거리나만 배우셨나?

 

사실 해외영화제 수상이란 거. 그리 대단한 거 아니다. 처음 뚫을 때는 물론 무척 힘들지만, 어떻게어떻게 심사위원에 입맛에 맞는 영화를 만들고 나서 그 벽을 한번 뚫고 나면, 그 이후로는 영화제가 아끼는 사람으로 대우받으면서 몇년에 한번씩 영화내도 바로 영화제 출품되고 그런다. 켄 로치라던지 허우샤오시엔 등등이 그런 감독이 아닐까나...(물론 그 감독들 영화는 안봤기 땜에 이 감독들의 영화가 나쁘다거나 그런건 아님!) 그리고 상은 출품된 작품들 중에서 괜찮은 작품 중에서 돌려먹기 하는 거고...이 아자씨는 베니스랑 좀 친하시겠네.

 

암튼간에...수준이 어쩌고 하면서 '내 영화를 다시는 한국에서 개봉하지 않겠다' 이 말 한것도 에러...개봉하나 마나는 자기 맘이지만, 한국에서 그의 영화를 기다리는 소수팬들은 어쩔껀데? 괴물 비판할때는 천만 관객이 봤다면서 한국영화 수준에 대해서 논하더니 막상 자기 영화에 관객 안들어오니까 맘이 아팠던가보지? 관객이 적을거라는 건 영화 만들때부터 예상하던거 아니었나?

 

그리고 코미디의 결정판, 오늘의 사과문. 사과문을 읽어보면 외양은 솔직한 사과문이 맞는데,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자학을 통해서 비아냥거리는 거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비아냥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자학의 강도가 너무 세서 당췌 그 진의를 알 수 없다...-_-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 진정한 사과? 아님 그냥 한국 영화계와 연을 끊는거?

 

"의식장애", "저야말로 한국 사회에서 기형적으로 돌출해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 등의 이런 표현들...진짜 머리 속으로 어떻게 하면 심하게 자학할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뇌한 흔적이 느껴진다. 수고하셨다 -_-

 

여하튼...괴물에 대한 논의가 그만 중지되고, 괴물의 성공을 오롯이 축하해줬으면 한다. 봉준호 감독에게, 송강호 이하 여러 배우들에게, 그리고 영화를 만들면서 수고하셨을 많은 스태프들에게...천만 관객은 그들이 흘린 땀이다.

 

덧> 그나저나 영화 배급문제는 정말 큰 문제다. 작은 영화들이 배급만 보장되면 어느 정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보는데, 아예 개봉 자체가 원천봉쇄 되어버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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