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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4 23:51

바람의 화원, 그리고 문근영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 중 비슷한 주제의 그림을 서로 묶은 다음, 이 그림묶음을 정조 앞에서 그림 대결을 펼친 결과물로 설정한 것은 정말이지 참신했다 단원과 혜원이 서로 그림대결을 펼쳐나가면서 소설의 긴장감은 더해가고, 독자는 두 화원의 그림을 맘껏 감상할 기회를 얻는다. 물론 그 중의 백미는 김홍도의 씨름도와 신윤복의 쌍검대무일테고.

인물 간의 긴장구도도 훌륭하다. 신윤복, 김홍도, 정향, 김조년 사이의 복합적인 관계는 어느 것 하나 쉽게 놓을 수 없는 관계이고, 이는 마지막의 김홍도와 신윤복의 대결을 만드는 김조년에 의해서 극대화된다.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걸고 하는 그림대결. 그리고 이 대결을 성사시킨 사람은 두 화원에 대해 전지적인 위치에 있으나, 두 사람은 그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다만, 모든 갈등이 그림대결에 의해서 풀리는 것이 아쉽다면 아쉽다. 재미상 두 화원의 battle이 없어서는 안 되었겠지만, 마지막 그림대결과 10년 전의 살인사건과의 인과관계는 좀 헐거운 듯 하다. 1권을 끝마친 시점에서 10년 전의 살인사건은 혹시 맥거핀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으니 -_-


그리고 문근영.



아아아아아아아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책을 먼저 읽은 입장에서는, 신윤복이 이미 여자로 설정되어 있음을 알았기 때문에 극을 이끌어 가는 긴장감 하나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에서도 드라마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이끌어 가는 문근영의 연기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옆에서 문근영을 이끌어주는 박신양의 연기도 역시 명불허전이지만, 그래도 장난꾸러기의 도화서 생도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위에서처럼 눈물을 보이고, 또는 오열을 하면서 돌로 손을 내려찍는 문근영의 모습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살아돌아와서 기쁘다!

다만 역시 이런 배역이 아니면 성인 연기자로 거듭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점은 아쉽다. 타고난 마스크의 한계로 그벽을 쉽게 넘지 못하고, 캐릭터의 힘을 빌어서 그 벽에 한 발만 걸치는 모습. 다음 작품에서는 확실히 그 벽을 넘을 수 있을까?

바람의 화원 드라마 자체에 대해서도 칭찬을 안 할 수가 없는데, 소설의 흐름을 완전히 깨지 않으면서도 그 사이에 드라마만의 재미를 부여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장파형이라는 틀을 넣어서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가 하면,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 정순황후를 적절하게 집어넣었으며, 신윤복의 그림에 의해서 향후 김홍도와 신윤복의 도화서에서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설정도 아주 좋았다. 소설을 원작으로 드라마를 만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전형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부디 초심을 잃지 말고 끝까지 퀄리티를 유지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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