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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30 The Dark Knight 첫번째 감상기
2008.08.30 21:37

The Dark Knight 첫번째 감상기

어디까지나 '첫번째' 감상기이다. 수퍼히어로 블록버스터인 주제에 이토론 심오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니, 한번 봐서는 도저히 생각히 정리가 되질 않는다. 그래도 그 와중에서 몇 가지 끄적거릴 것을 찾아보면,

The Dark Knight라는 제목처럼 이 영화에 맞는 제목을 붙일 수 있을까?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어둠의 기사'가 되겠고 이는 당연히 브루스 웨인을 가리킨다고 볼 수도 있으나,

1. Dark? 누가 어둠이지? 블랙의 옷을 입고서 밤에만 활동하는 정의의 사도 배트맨? 얼굴에 하얗게 분칠을 하고 주로 낮에 활동하여 혼란을 조장하는 조커가 어둠인가? 아니면, 투페이스로 변해버린 하비 덴트?

2. 그리고 Knight? 누가 기사인가? 법의 테두리 밖에서 정의를 위해서 싸우는 배트맨? 인간의 내면을 까발려 본질을 알게해 주는 조커?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데에 대한 분노로 광기를 가진 투페이스로 변해가는 하비 덴트?

이 영화는 이런 식이다. 끝없는 중의성과 무한한 역설. 동전의 앞면과 뒷면의 관계인 배트맨과 조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광기를 가지고 투페이스가 되어버리는 하비 덴트. 조커가 배트맨에게 "You complete me"라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The Dark Knight는 배트맨과 조커의 싸움이다. 하비 덴트가 투페이스가 되는 과정이 무척 자세하게 서술되고 그가 투페이스가 되는 그 자체가 영화의 주제를 나타낸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일단은 영화 내에서 전면적인 역할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면 배트맨과 조커의 대결 관점에서 볼 때, 관객의 입장에서는 마음 속으로 둘 중 어느 하나의 손을 들어주었을 것이고 이에 따라 영화에서 희망을 느끼는지 아니면 씁쓸함을 느끼는지가 갈라진다고 생각된다.

내 선택은? 조커에 동조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배트맨은 절대 아니다. 영화 결말부에 배트맨이 투페이스의 죄를 모두 자신의 것으로 뒤집어 쓰면서, 정의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할 때에는(정확하지는 않지만;) 한숨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이미 인간의 내면의 더러움을 볼만큼 본 상태에서 배트맨을 통해서 희망을 갖기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배트맨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된다. 고담을 조커로부터 구하기 위해서 배트맨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도시를 자신이 사들여서 경찰의 충성을 돈으로 산 후에 조커와 전면전을 벌이는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_- (나도 모르게 권선징악으로 흘러가는군...) 어쨌든 배트맨의 선택은 오히려 희망을 찾는 관객들의 바람을 짓밟아버리는 행위였다.

그렇다면 결국 조커인데 뭐랄까, 가슴이 턱턱 막히는 것을 여러번 느꼈다. 자기 입으로 목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지만, 눈빛을 보면 뭔가 목표가 있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는 때가 있다. 자신의 입이 찢어진 연유를 설명하는데 설명이 매번 다르며, 그건 별로 중요하지도 않다. 흐리멍덩하면서도 경찰본부에 침투한 작전이 성공할 정도로 치밀하기도 하다.(이 부분은 개연성이 좀 떨어지는 듯 하다) 그러면서 인간의 본성을 얘기하면서 서로를 죽이는 게임을 제한한다.(선박 장면에서 조커가 기폭장치를 즉시 사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좀 불만이지만, 최소한의 희망을 얘기한다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도 기폭장치를 밖으로 던져버리는 것은...-_-;;) 한마디로 그냥 미친 놈이라서 뭐라고 평가하기가 힘들며, 잘못한 것은 분명해도 그것을 비난하기도 쉽지 않다. 어쩌면 우리 마음 속에 모두 조커 한 마리씩은 키우고 있는 것일지도...

히스 레저의 연기에 대해서 강한 캐릭터 연기가 비교적 쉽다면서 낮춰서 보는 의견도 있으나, 유치장에 처음 갖혀 의자에 앉아있을 때 정면을 응시하고 있던 장면, 그 정도의 아우라는 아무나 내뿜을 수 있는 수준의 연기가 아니다.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연기를 펼치고 하늘길로 떠났다고 단정지어서 말할 수 있다.

머릿 속이 온통 뒤죽박죽이어서 그나마 쓰려고 했던 것들도 제대로 뽑아내지 못한 것 같은데, 두번째 볼 때에는 좀 더 머릿 속이 맑아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 9천원을 내고서 아이맥스에서 봤는데, 일반 영화와 크게 다른 점을 찾지 못했다. 건물을 수직으로 촬영한 신에서 입체감이 느껴지기는 했으나, 그것이 9천원의 가치를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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