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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18 최근의 포수 논쟁을 보며
2008.06.18 07:49

최근의 포수 논쟁을 보며

정말 놀랐던 건 투수 또는 포수의 볼배합에 관심을 가지며 야구를 보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는 것이다.

야구란 게 원래 3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아주 다양한 측면에서 지켜볼 수 있는 스포츠이고, 특히 투수나 포수의 볼배합은 야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투수 vs 타자'의 대결 구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나는 여지껏 야구를 보아 오면서 거짓말 조금 보태서 볼배합에 관심을 가졌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쉽게 말해서 초구에서 몸쪽 직구를 던진 후에 그 다음에 바깥쪽 변화구를 던지던지, 다시 몸쪽 직구를 던지던지 그건 내 알바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볼배합에 관심을 가졌던 때는 몇년 전 하이히트 베이스볼을 하면서 내가 투수를 조종할 때였다 -_-;

첫번째 이유는, 볼배합에 관심을 가질 만큼 야구를 잘 알지도 못하고, 이 부분은 내가 상관할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볼배합이란 것은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의 기본적인 유형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데, 이건 경기 상황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박빙의 승부에서 상대 강타자에게 몸쪽 공을 자신 있게 요구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여기다가 타자와 투수, 포수의 심리가 더해진다. 이렇게 되면 거의 100차 방정식 급이다. 시청자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두번째 이유는, 나는 야구를 '끊어진' 경기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야구 경기 보면서 해설자의 해설 중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 중에 하나가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말이다. 흐름이 그렇게 흘러간다는 거다. 흐름은 뭔 흐름? 흐름이 있더라도 홈런 한 방에 그 흐름이 깨질 수 있는 것이 야구다. 내 생각에 야구는 경기 전체가 9이닝으로 쪼개져 있으며, 한 이닝은 아웃카운트 3개로 또 쪼개져 있으며, 한 타자와의 승부에서 볼 하나하나로 나누어지는 경기다. 볼배합이란 승부의 연속성에서 생각할 수 있는 개념인데, 내가 야구를 보는 방법이 그렇지 않으니 볼배합에 단 한번도 관심을 쏟지 않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야구의 재미 중에서 많은 부분을 사실상 포기하고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내가 좋아하는 관점에서 야구를 보고 지금도 충분히 재미를 느끼고 있으니, 내 관점을 바꿀 생각은 없다.

사설이 길었는데 -_- 결론은 포수의 볼배합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투수가 안 좋은데 볼배합이 뭔 상관일까? 그렇다면 야디의 볼배합이 작년에 비해서 올해에 현격히 좋아졌다는 말인가? 야디가 '수비형' 포수로서 인정받는 것은 경이로운 픽오프 기록과 블로킹 능력, 그리고 그저께 보여준 것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홈을 잃지 않겠다는 그 파이팅 때문이다. 게다가 포수의 수비는 수치화되기 힘든 기록이고, 수치화되더라도 팀 승리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고 한다. 차라리 홈런을 3개 더 치는 게 팀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 브래드 어스머스와 마이크 피아자 중에서 누가 뛰어난 포수일까? 두말할 여지 없이 피아자다.

이번호 Sports 2.0에 마침 진주장의 볼배합 얘기가 실렸는데, 누차 얘기하는 것이 볼배합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투수가 어떻게 던지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거다. 포수의 볼배합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글쎄, 올시즌 진갑용과 몰리나의 진가는 '홈런 8개'와 '3할 타율'에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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