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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8 23:32

88만원 세대

지난 5~6월 촛불이 시청 앞 광장과 청계천을 가득 메웠을 때, 10대와 20대의 세대 차이가 화제가 된 바 있었다. 주체적으로 현실에 참여하는 10대에 비해서 20대는 왜 그렇게 무기력한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20대 자신의 자조적인 목소리와 사회의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20대의 50% 이상이 대통령 선거에서 광우병 파동을 주도한 현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것도 20대에게는 큰 약점이었다. 시위의 주제가 광우병 문제에서 각종 사회문제로 넘어가는 시점부터는 많은 20대가 시위에 참여하기 시작했지만, 세간의 주목을 받기에는 어려웠다.

           굳이 촛불시위가 아니더라도 사회가 20대를 바라보는 시선 또는 20대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우울하기 이를 데 없다. 현재의 20대를 보면서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단어들이 무엇이 있을까? 취업, 어학연수, 휴학, 공무원시험, 비정규직 등이 아닐까? 예전과 달리 21세기의 20대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학점과 취업, 영어에 매달리며 열심히 노력한다. 대학을 정상적으로 4년 만에 졸업하는 사람이 거의 없으며, 어학연수는 대학생이라면 이제는 거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여 취업에 성공해도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으며, 덕분에 공무원시험은 시험을 치를 때마다 KTX 특별편이 편성될 정도로 인기이다. 이런데도 사회는 20대를 두고 철저하게 이해타산적이다, 뜨거운 가슴이 없다, 무기력하다는 비판을 멈추지 않는다.

대체 지금 한국의 20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문제는 과연 20대 구성원 개개인의 문제인 것인가, 아니면 사회구조적인 문제인 것인가?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은 한국 사회의 20대가 처한 상황이 한국 사회의 특수성 및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한다.

 

경제학자인 저자 우석훈은 ‘88만원 세대에서 현재 한국 사회의 상황과 문제점, 그에 대한 대안을 철저하게 경제학적인 프레임으로 분석한다. 그런 저자가 20대의 상황을 경제적으로 분석하면서 핵심적인 키워드로 내세우는 것은 승자독식세대 간 경쟁이다. IMF 이후로 신자유주의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인 한국 사회에서는 경제의 모든 측면에서 독과점화가 강화되었으며(, Walras의 일반균형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 되었으며),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은 개인 또는 기업만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승자독식 게임이 우리 사회의 규칙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특히 20대에게는 승자독식의 규칙이 세대 내 경쟁을 넘어서 세대 간 경쟁의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생태경제학의 관점에서 볼 때 전()세대가 후()세대가 사용해야 할 자원을 가로채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세대 간 경쟁이 이루어지는 경우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3, 40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20대에게는 현 상태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는 것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단순히 경제학적인 시각으로 설명하고 있음에도 현재의 20대의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이 우선 놀랍다. 경제학이 넓은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학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지난 10년 간의 경제적 환경의 변화가 현재의 상황을 규정하는 데에서 나아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만큼 충격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IMF는 단순하게 구제금융을 갚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세대 간 경쟁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자. 저자는 20대의 아버지 세대인 유신 세대’, 그보다 조금 늦은 ‘386 세대’, 그리고 386세대와 현재의 20대 사이에 끼인 ‘X세대와 지금의 20대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어떠한 세대 간 경쟁에서도 20대는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20대는 그 어떠한 세대에 대해서도 비교우위 내지는 기득권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386세대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가진 세대이며, 바로 윗 세대인 X세대마저 IMF의 끝물을 타고 주류경제에 편입되었다. 세대 간 경쟁이 무서운 것은 경쟁을 통해 줄어든 20대의 몫을 가지고 20대 내부에서 다시 세대 내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세대 내 경쟁에서도 승자독식의 규칙은 계속 적용이 될 것이고, 거기에서마저 패한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는 사회 안전망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세대의 구성원 일부(또는 대다수)를 잃게 된 88만원 세대는 다시 세대 간 경쟁에서 패하게 된다. 끝없는, 그리고 종국에는 모두가 파멸하는 악순환에 접어드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해결방법 역시 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데, 교육 문제에서의 해법, 노동시장(특히 알바 문제)에서의 해법, 환경문제에서의 해법 등을 강구한다. 그 중 흥미를 가지고 읽었던 부분은 인질 경제’, 즉 교육 문제의 부분이다. ‘인질 경제란 실체가 보이지 않는 교육이라는 괴물에 현재 10대의 아이들을 인질로 빼앗기고, 아이들을 다시 돌려받기 위하여 중고등학교의 6년이란 기간 동안 몸값을 지불하는 경제를 말한다. 몸값은 기본적인 사교육비부터 시작해서 폭등한 부동산 가격까지 교육과 관련된 비용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는데, 한국 교육의 문제를 이처럼 잘 표현한 말은 없다고 생각한다. 가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생각하면서 교육 문제와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면 전체 문제의 90% 이상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저자도 2000년대 이후 문제점의 많은 부분이 교육 문제에 근거하고 있다고 하고 있다. 교육 문제가 특히 중요한 것은 현재의 20대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10, 나아가 미래에 계속 이어질 10대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 문제는 그 어떤 문제보다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저자는 해결방법으로서 단계적인 사교육의 제한, 그리고 대학서열화 구조의 정상화를 말하고 있다. 특히 사교육 제한이라는 대안은 최근 부쩍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인데, 이는 현재의 사교육 구조는 학원강사를 제외한 모든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아무런 효용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심각한 불황으로 수입이 줄어들고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마당에서도 학원비는 전혀 줄이지 않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가끔은 과외를 금지시켰던 전두환의 정책이 극단적이기는 해도 적어도 이 나라에서는 옳은 방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로 대학입시에 관련된 과목의 사교육을 제한적으로 금지하거나, 사교육 시스템을 아예 공교육 내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강구해 볼 수 있을 것이고, 아니면 대학입시를 사교육과 무관하게 만드는 방안이 강구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사교육은 살아남는다는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어떤 대안이 적합할지는 알기가 쉽지 않다.

어쨌든 저자는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면서 궁극적으로는 현재의 20대가 다양성과 안정성을 갖춘 이른바 다안성(diverstability)’ 1세대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저자가 경제학의 틀을 잠시 놓는다. 그것은 바로 다안성의 사회를 위해서 사회 구성원 전체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학의 관점에서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저자의 의도와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오히려 경제학 밖에서 해답을 찾음으로써 조금 더 바람직한 대안을 찾게 되고, 이론경제학이 가지고 있는 차가움을 극복하고 따뜻한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책을 좀 더 풍성하게 한다. 이 책의 놀라움은 이런 유연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88만원 세대의 연대를 강조한다. 세대 간 경쟁은 그에 맞서 싸우는 방식이 아니면 그에 먹혀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책 표지에도 적혀 있듯이 ‘TOEFL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라는 것이다. 물론 아무 것도 없는 맨손의 상황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외부에서 바리케이드를 무너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고, 바리케이드 설치를 두고 내부에서 다툴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지금,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나 혼자만이 잘 사는 것이 아니라, 88만원 세대가 최소한 188만원 세대가 되기 위해서, 나아가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결국 20대 스스로의 자각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러고 보면 지금의 20대는 가혹한 현재와 함께 미래에 대한 부담도 지고 있는, 참으로 불쌍한 세대이다.

 

이 책이 발간되고 얼마 되지 않아 그 동안 별다른 이름 없이 지내던 20대가 ‘88만원 세대로 규정되기 시작했다. 멋없는 연두색 표지에 도대체 흥미를 끌 것 같지 않은 제목, 게다가 경제학 관련 서적. 도대체 팔릴 것 같지 않은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한 세대를 규정지은 그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이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만큼 많은 20대가 현재의 상황에 관심이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이 책을 집은 계기가 현 상황에 대한 분노나 자조에 의한 것이던지, 아니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기 위한 냉철한 이성에 의한 것이던지 간에 현재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88만원 세대의 구성원이 이 책을 읽고 문제점을 공유하며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모두 같이 한 발짝 앞으로 내딛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아직 희망은 있다고 생각하며, 불씨를 당긴 ‘88만원 세대란 책은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높게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희망과는 달리, 오늘도 비정규직에 관한 뉴스 하나가 모니터 화면 한 구석을 채우고 있었다. 정부가 이른바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인데, 이는 현재의 정규직으로의 자동전환기간 2년을 4년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세상은 늘 이런 식이다. 한 발짝 앞으로 나아서면 거기에 대응해서 더 큰 장애물을 만들곤 한다. 우리 모두 희망을 잃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자. 결국 미래는 우리의 것이다.


학교 숙제를 그대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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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각모음 2008.12.09 23:34 address edit & del reply

    취업을 안 하면 백수라 불안하고, 설령 했더라도 비정규직의 공포에 떨어야 하는 우리 세대의 탈출구는 과연 어디일지...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고 지금의 체제를 뒤엎는 도전을 누군가 해주기를 원하면서도 나도 내 주위의 다른 또래들과 다름없는 세대 내 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슬플뿐..;;

    • drlecter 2008.12.09 00:38 신고 address edit & del

      내가 보기엔 별로 희망이 없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