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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5 08:57

약물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Mitchell Report가 드디어 발표되었다. 총 409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며, summary조차도 40페이지 짜리다. 시간 나면 읽어봐야 할텐데, 언제가 될런지 -_-

지난 20개월 동안 수십 명의 변호사가 동원되고 수백 명을 인터뷰하고 조사한 결과, 8~90년대 활약하고 은퇴했던 선수들도 명단에 거론되었으며, 로켓, 앤디 페팃, 폴 로두카, 브라이언 로버츠 등등 현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가 다수가 포함되었다. 많은 팬들이 이젠 누굴 믿고 야구를 봐야 하냐며 아쉬움을 금치 못했으며, 그와 동시대를 살아서 행복하다던 로켓의 이름이 거론되자 분노가 터져나왔다.

사실 이번 리포트는 조사 결과 그들이 약물을 했을 것이라는 정황을 드러내 주는 것이지, 확실한 물증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고(영수증 제외) 징계의 강제력을 가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팬들은 믿고 응원해 준 선수들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메이저리그 팬으로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야구 안봐야 되나?

메이저리그 사무국이나 약 먹은 선수들을 비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사무국이 8~90년대부터 퍼진 스테로이드를 애초에 제어했다면 이렇게 일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버드 셀릭이 미첼 리포트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고 말한 것은 좀 역겹기까지 하다. 선수들? 아무리 사무국이 방조했어도 선수들이 안 먹으려고 노력했으면 안 먹었겠지. 개인 선상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시스템적인 문제로 번져나가는 건 내가 젤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다.

그래도 우리는 저 명단 속에서 희망을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느낀 희망은 발표된 명단 중에 앞으로 메이저리그를 이끌어 나갈 젊은 선수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은퇴하거나 현역 중 끝물에 있는 선수들이고, 젊은 선수들은 에릭 가니에, 릭 엔키엘(ㅠㅠ), 브라이언 로버츠 정도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에서 약물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되지만, 그래도 젊은 선수들이 약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은 느낄 수 있다.

또 하나의 희망은 앞에서 역겹다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역시 자체적인 정화 노력 때문이다. 엄청 늦어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의 전형이지만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지 않겠나? Mitchell Report는 앞으로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MLBPA에 좀더 협조를 원하는 압력을 넣을 수도 있고, 마이너리그에까지 조사를 확대할 수도 있다. 결국에는 메이저리그에서 약물을 뿌리뽑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 어쨌든 한번 충격을 받은 그들이 약물 퇴치를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보며, 그럴 것이라고 믿는 것이 팬으로서도 속이 편한 길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약 먹은 선수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본즈, 로켓 다 HOF 포기해야 할까? 징계는 강제성이 없고 사무국이 판단할 일이나, 저들에게 가벼운 징계를 주는 것은 아무 도움도 안된다. 호세 기엔처럼 15일 출장 정지 정도 받으면 어느 누가 약을 안 먹을 수 있을까? 차라리 그 역량을 약물 퇴치를 위해서 쓸 일이다. HOF 역시 기자들이 판단할 문제다. 명예를 좋아하는 기자들이 그냥 넘어갈 리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본즈나 로켓이나 언젠가는 HOF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첫 해 헌액은 힘들 것이며, 이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충분한 수모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기록은 어떻게 할까? 다 asterisk를 붙일까? 기록도 그대로 놔두었으면 한다. 20세기 초의 야구를 데드볼 시대 - 라이브볼 시대라고 이름을 붙이듯, 1990년대를 스테로이드 시대라고 이름 붙이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의 기록에 *를 붙인다면, 그들을 상대했던 선수들은 뭐가 되나? 기록은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를 붙인다면 그 상대의 노력까지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은 아닐지. 지금까지 만들어진 기록을 모두 정당한 기록으로 인정하되, 철저히 반성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좋겠다.

막상 써놓고 보니,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듯이 쓴 것 같지만, 그거야말로 이번 사태에서 가장 슬픈 점이 아닐까. 서로가 자신의 책임을 망각한 사이에, 그 사이에 남은 건 가슴에 멍이 든 팬들 뿐이다.

덧> 본즈는 진짜 좀 억울하기도 할 듯. 이번 리포트를 통하여 미국인의 약물에 대한 시각이 변하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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