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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2 23:37

대한민국 타자들의 선구안

WBC를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타자들에게 항상 감탄하는 것은 어떻게 저렇게 볼을 신중하게 고를까 하는 것이다. 베테랑 박경완부터 중심타자인 김태균을 거쳐 가장 어린 김현수까지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공이 아니면 치지 않으려는 듯 하다. 장타자건 똑딱이건 상관없다. 일본 투수들이 지금까지 내준 볼넷이 1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우리나라를 상대를 해서 내준 것이라고 하니(물론 전체 게임 수의 절반 -_-) 우리나라 타자들의 선구안은 놀랄 만하다.

우리나라 타자들이 볼을 잘 보는 것은 프로야구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국내 투수들의 커맨드가 일반적으로 뛰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타자들은 아무리 초구에 좋은 공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일단 기다리고 본다. 투수들은 마음먹은 대로 공을 넣을 능력이 비교적 부족하기 때문에, 2-2까지 가는 건 예사고 풀카운트도 상당히 많이 나오며, 볼넷도 많이 나온다. 그래서 경기를 볼 때마다 선구안 좋은 타자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선호와는 관계 없이 단지 빠른 진행을 위해서 타자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움직여 줬으면 하고 바란 적이 많았다.

이렇듯 선천적으로 타고났다기 보다는 리그의 특성상 후천적으로 길러진 선구안(이걸 선구안이라 부를 수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지만;)이 WBC와 같은 국제대회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 베네수엘라 전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 타자들도 상대 선발 카를로스 실바가 볼넷을 죽도록 싫어하며 차라리 안타 맞는 것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경기에 임했을 것이다. 이러한 투수에 대한 대처는 당연히 볼을 기다리기보다는 스트라익 존에 들어오는 공을 잘 때려내는 것이다.

하지만 1번 타자 이용규가 타석에 들어선 결과는? 볼넷이었다. 200이닝 동안 30개 정도의 볼넷만을 내주는 실바가 볼넷을 내준 것이다. 이용규는 국내 리그에서 400타수에 50개 정도의 볼넷을 얻어내는 평균보다 약간 좋은 선구안을 가진 선수다. 실바의 정보를 입수했다면 웬만한 공에는 적극적으로 치고 나가는 것이 당연할 텐데, 어째서 볼넷이 나왔을까? 실바의 커맨드가 경기 초반 순간적으로 흔들렸을 수도 있고 이용규가 단지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아서 기다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일단 기다리고 보자'는 평소의 습성이 나온 것은 아닐런지. WBC에서 우리나라 경기를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이 드는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써놓고 보니 뭐 이렇게 횡설수설 써 놓았는지 -_-;;

아무튼, 이제 한 경기 남았는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올림픽에 이어서 WBC도 우승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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